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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인디아! ①
카스트,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벽
(나마스떼는 힌디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인사말입니다)
들어가며 :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최근 1, 2년 사이에 인도 여행의 붐이 일어났다. 인도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신비로운 나라로 한 번 다녀온 사람이면 또 다시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최근에는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무려 3주에 거쳐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인도특집을 방영했다. 그리고 창사 46주년 특별기획으로 ‘갠지스 : 황금대륙의 유혹’이 14일부터 3일간 방영했다. KBS에서는 지난 8일, 81주년 특별기획으로 ‘최인호의 역사추적’에 인도 부분이 잠시 방영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볼수록 더욱 인도에서의 한 달간 생활이 너무나 그립고 다시금 날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찬드니 촉에 있는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 앞에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이다.©뉴스미션
인도는 더럽다. 못 산다. 처음 인도에 발을 디딘 델리국제공항이 그러하고, 그곳의 심각한 매연과 뿌연 하늘이 그러하다.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자동차, 오토바이, 릭샤의 경적소리로 인한 소음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길거리는 개똥, 소똥은 지뢰와 같이 심심치 않게 분포되어 있으며, 쓰레기도 여기저기 무더기로 눈에 띤다. 깨진 보도블럭이며, 뚜껑이 없어지거나 깨진 맨홀은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돼 있다. 왕복 6차선 이상의 큰 길가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도 벽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는 남자들. 길거리에 ‘헬로’하고 외치며 구걸하는 어린이와 그들의 엄마들. 이 정도만 얘기해도 인도를 다녀온 사람뿐만 아니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도 가히 짐작할만한 환경이다.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도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인도를 있게 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인도뿐만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도전과 기회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사르나트라는 작은 마을이다. 왕복 2차선 되는 길가 바로 옆에 있는 집으로 이 길가는 모든 집이 이렇다.©뉴스미션
인도는 종교로 운영되는 나라다. 대부분의 국민이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종교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서 힌두교(Hindu)는 82%로 절대 다수가 믿고 있으며, 이슬람교(Muslims)는 12%, 크리스트교(Christians)는 2.5%, 시크교(Sikhs)는 2%, 불교(Buddhist)는 0.7%, 자인교(Jains)는 0.5%,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 유대교(Jew) 등 기타 종교와 무교가 나머지 비율을 차지한다. 갑자기 종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인도를 뒷받침하는 종교인 힌두교 때문이다.
힌두교에는 중고등학교 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카스트(caste)라는 계급(신분)제도가 있다. 이는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아리아인이 인도에 침입했을 때 원주민을 탄압하고 지배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굴레다. 다양한 분화과정을 거쳐 브라만(Brahman·사제자), 크샤트리아(Kshatrya·무사), 바이샤(Vaisya·농민·상인), 수드라(Sudra·노예)의 크게 네 카스트로 나타났다. 그리고 네 개의 카스트 밑엔 수많은 하위(sub) 카스트가 존재한다. 수드라를 제외한 세 카스트는 종교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카스트 제도의 개괄적인 사항을 도식으로 나타낸 것으로 피라미드형을 취하고 있다.©뉴스미션
카스트에 따라 존귀한 자와 비천한 자라는 서열이 있어 높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은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의 곁에만 가도 더럽혀진다고 여긴다. 때문에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은 부정시 됐고, 각 카스트는 직업을 세습하였으며, 다른 카스트와의 결혼은 엄격히 금지된다. 그 밑에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s, 하리잔)이라 하여 카스트에 속하지 않는 아웃카스트(outcaste)도 있다. 이들 불가촉천민에 대해 작년엔 발간된 ‘신도 버린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흥미롭게 다루기도 했다. 이러한 카스트는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귀속되게 마련이며, 대대로 이 카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폐지된 카스트 제도는 아직도 있다
카스트 제도가 아직도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 가장 궁금한 점 중에 하나다. 이는 마하트마(위대한 영혼이라는 칭호) 간디에 의해 공식적으로 철폐됐다. 그는 불가촉천민들을 처참한 삶에서 구출하기 위해 헌신했고, 이들을 ‘신의 아들’이라 부르며 카스트 제도의 철폐를 주장했다. 결국 카스트 제도는 1950년에 공포된 인도 헌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폐지(부정)되어 이로 인한 차별을 금하도록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카스트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뉴스미션
하지만 아직도 카스트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2007년 8월에는 한 경찰관이 장작을 훔쳤다는 이유로 최하위 계층 어린 자매를 강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6세와 13세였던 이들 자매는 동네 과수원에서 마른 장작을 훔치다 과수원 주인에게 발각됐는데 이에 분노한 주인은 두 소녀를 과수원 앞 강물에 그대로 던져버렸다. 이 과수원 주인은 바로 경찰관이자 상위 카스트였고, 두 자매는 ‘달리트’라는 불가촉천민이었다. 이 경찰관의 처벌 또한 직무만 정지되고, 겨우 10만 루피(25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지불했을 뿐이었다.
세계적인 대학 중의 하나인 델리대학교(University of Delhi)에서 만난 몇몇 교수들은 카스트제도가 거의 사라졌다고 보며 이로 인한 차별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수도인 델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시골에서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델리대 학생들은 달랐다. 동아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라집(Rajeev Kumar․22) 씨는 “카스트는 뚜렷이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로 인도 사회에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교수의 말대로 옛날보다 약해졌지만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배운 대학생인 나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어 이로 인한 계급차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정지어 말했다.
또한 아룬(Arun Kumar․27) 씨는 “학교 동료나 회사 동료 사이에서는 카스트를 굳이 따지지 않지만 그 외의 삶에 돌아가선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이는 지방·시골로 갈수록 심각하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그 외의 삶이라는 것을 묻고 또 물었지만 외국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성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카스트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로, 이에 따른 대표적인 성이다.©뉴스미션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카스트를 구별할까? 무슨 카스트라고 명찰을 차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골 지역은 대체로 폐쇄적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았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반면, 도시는 다르다. 하지만 도시에서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자신소개를 할 때 성,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 사람의 ‘성(姓)’에 카스트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예를 들면, 샤르마(Sharma), 바르마(Varma), 라오(Rao) 등의 성은 브라만, 싱(Singh), 투마르(Thummar), 타쿠르(Thakur) 등은 크샤트리아, 간디(Gandhi), 아가르왈(Agarwal), 굽타(Gupta) 등은 바이샤, 야다브(Yadav), 고우다(Gowda) 등은 수드라다.
대체로 이런 성들이 유명한데 인도인들은 이 외의 성들에도 어떤 카스트의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로선 굳이 알 필요도 없지만 이들은 이를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렇다고 궁금해서 이를 묻고 싶지만 인도인 친구가 어떤 카스트인지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인 것 같아서 물어볼 수는 없다.
돌고 도는 아이러니
물론 카스트 제도가 100%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다. 전문가들은 다민족, 다인종, 다종교로 구성된 거대한 나라 인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분석한다. 다양함 때문에 나타나는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지배적인 종교 내에서의 카스트 ‘연합’의 형태로 묶어낸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카스트 자체를 아무런 불만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어진 상황에 대한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많이 약화되었을지라도 각자의 삶에 돌아갔을 때의 관습이나 의식 등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결혼에 있어서는 반드시 같은 카스트끼리 해야만 한다. 배운 사람일지라도 이는 거의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에는 집안에서 쫓겨나거나 도망가서 살 수밖에 없으며, 상위 카스트는 보다 하위 카스트로 카스트가 강등된다. 상황이 이러해도 이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부모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카스트 제도, 인권과 인도의 발전을 위해 없어져야만 하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인도의 전통적인 아이러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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