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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인디아! ②
바라나시, 죽음을 먹고 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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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5백 년 이상의 바라나시의 역사를 비춰주는 태앙이 밝아오고 있다.©뉴스미션



영혼의 도시, 영원의 도시라 불리는 바라나시. 그곳은 2천 5백년 이상 변함없는 힌두교의 성지로 꼽힌다. 성(聖)스러운 물줄기 갠지스 강이 흐르고, 시바 신이 산다는 그 땅. 조용한 이른 아침이면 주민들은 물론이요, 힌두교 순례자들이 몰려와 강물에서 목욕한다. 아침부터 종교의례를 통해 죽은 이들을 장작 더미 위해 3~4시간 태우는 장례 의식을 행한다. 해가 질 무렵이면 아르띠 뿌자라는 힌두교의 제사 의식을 수행한다.

이를 보기 위한 각국의 많은 관광객들. 삶과 죽음의 경계와 종교적 절대성으로 움직이는 이 도시는 과연 철학을 하기 위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다시 죽음을 통해 먹고 사는 도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면1. 죄를 씻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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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에서 목욕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목욕하고 기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옷을 입는다. 이곳에 들어가서 몸을 씻으면 이들은 죄가 씻어진다고 믿는다.©뉴스미션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옷을 벗고 강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신에게 기도를 한다. 강에는 온갖 더러운 부유물들이 있고, 심지어는 장례를 치를 때 사용했던 꽃, 천을 버리고, 사람을 태우고 난 후 처리하기도 하는 등 정말 더럽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목욕하면 죄가 씻어진다고 믿는다. 힌두교도들은 갠지스 강(겅거 강)을 성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생에 한 번은 성지 바라나시를 순례하여 강물에 목욕하는 것이 소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나면 이들도 물이 더러운 것을 아는지 나오자마자 강 옆에 마련된 수도시설을 통해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호객행위가 심한 이곳, 강가와 접해있는 각 상점들 앞에는 특이하게도 작은 물통을 판다. 하지만 이 물통만큼은 굳이 외국인들에게 팔려고 하지 않는다. 힌두교도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물을 작은 통에 받아간다. 적은 물이지만 이것이 갠지스 강 전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2. 태우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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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가트에서 화장하는 모습이다.©뉴스미션



갠지스 강가의 각 곳곳마다 계단이 있고, 그곳 하나하나를 가트(Ghat)라고 한다. 주요 가트에선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거의 한 곳에서 크게 한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힌두교 사원에서 종교의식을 치른 후 힌디어로 된 노래를 부르며 내려온다. 그리고 갠지스 강으로 가서 물을 시체에 껴 얹고, 미리 쌓아 놓은 장작에 올린 후, 겉에 씌워진 꽃과 천을 걷어내 강에 버린다. 그리고 불을 붙여 사람을 태운다. 사람을 태우는 데는 흔히 말하는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날 뿐이다. 사람 형체 그대로 직접 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있다. 많은 관광객들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계속 지켜보면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죽으면 이들은 수백만의 윤회를 영원히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가며 이곳까서 와서 장례를 치른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불이 끊이지 않고 계속 피어오른다. 이곳 위쪽에서는 불가촉천민들이 열심히 장작을 패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장작은 그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싸게는 1만 루피(30만원)에서 비싸게는 5만 루피(150만원)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 또한 카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겠다.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다른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신기한 듯이 몰려들고, 자신들도 찍어달라고 하고, 디카에 찍힌 모습을 확인하는 것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좋아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다르다. 죽은 사람을 찍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어 좋지 않게 여기고, 카메라를 빼앗기거나 벌금을 물기도 한다.

장면3. 아르띠 뿌자와 일몰, 그리고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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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뒤로 해가 지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뉴스미션



해가 넘어갈 때를 즈음해서 배를 타고 가면 해가 가트와 사원, 그리고 갖가지 건물 뒤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에서의 일출과 일몰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가거나 사진으로 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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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띠 뿌자를 거행하는 모습이다.©뉴스미션



해가 짐과 동시에 아르띠 뿌자(Arti Pooja)라는 힌두교의 제사 의식을 거행한다. 메인 가트를 중심으로 양 옆에서 진행된다. 요란하게 울리는 악기 소리와 노래가 있고, 12명의 브라만 사제가 강가를 향하여 예식을 거행한다. 이들에게는 묘한 신성함을 느끼게 해준다. 어린 아이들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종을 치고, 몇몇 아이들은 강가에 띄울 꽃과 성냥을 팔러 다닌다.



여기서 뿌자는 일반인들이 신과의 소통을 위해 매일 행하는 의식으로 집에서 행해지는 간단한 제식부터 커다란 사원에서 행해지는 커다란 제식까지 포함하는 일체의 힌두교 의식이다. 특히 아르띠 뿌자는 (갠지스) 강가의 여신에서 바치는 제사 의식으로 이 또한 매일같이 행해진다. 한 시간 반 정도 행해지는 이 시간대에는 대부분의 집에서 불을 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꽃불을 강가로 가지고 내려가 소원을 빌면서 강가에 띄운다. 이렇게 요란하게 의식이 진행되고 나면 다시금 조용한 인도의 밤이 된다. 그리곤 여느 때와 같이 다시 아침이 밝아온다. 이렇게 250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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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후 한적하고도 아름다운 갠지스강의 풍경이다.©뉴스미션



바라나시는 사람들이 철학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철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한적한 강과 붐비는 강가에서 행해지는 인도인들의 종교적 삶과 결국 타서 없어지는 죽음, 그리고 행해지는 종교의식,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포착하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바라나시의 매력이 아닐까. 삶으로 돌아와 이들은 죽음으로 먹고 사는 삶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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