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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cation/Intrapersonal

제각각 사랑이야기

열매파파 2009. 7. 25. 23:44
묘한 타이밍에 하룻동안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
"남산에서 JY이 만났어... 응 다른 남자랑"
 
낮에 받은 문자에 의하면, JY양이 남산에 한 남자와 놀러왔다는 것이다. 이게 뭐 대단한 소식은 아니지만 그녀는 한 달 전 쯤에 헤어진 것 같았다. 굳이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어도 싸이를 보니까 대충 그런 것 같았고, 그래서 찔러봤을 때 다른 사람들의 반응해줬다. 그런데 같이 온 남자는 남자친구라는 것이 아닌가. 조금 황당했다.

나 혼자 소설을 써볼 거 같으면, JY양은 이번에 졸업이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겠다며 거기에 전념하기 위해 2년 간의 줄을 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가하다. 새로운 남자는 같은 교회에 다니던 오빠이고, 헤어진지 몇 주 안되어 사귄 것을 보면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핑계임이 틀림 없다. 불쌍한 MS, 하지만 나는 MS와 그다지 친하진 않다. 하지만 그 친구가 정말 마음이 순수하고 착한 친구라는 걸 안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라 생각한다.

몇 해 전 CF가 생각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그렇다. 나도 전엔 다른 사람을 사랑했고, 그 전엔 다른 사람을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남녀 사이란 모르는 거다.



2.
"MS이 상견레 한다?"

친한 누나가 갑자기 상견례를 한단다. 오우. 나보다 한 살 밖에 많지 않은 MS누나. 5년 가량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몇 달 된 거 같은데, 다시 만났나? 아니다. 나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실수했구나"라고 뱉었다. 내 추측은 적중했다. 역시 나는 눈치가 빠른 걸까, 아니면 뻔한 걸까?

얼핏 듣기에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만났던 사람이고, 7살 차이가 난다나? 아무튼 실수로 인해 좀 애매한 입장이 된 거다. 요즘 트렌드가 자녀들이 부모 결혼식을 구경하는 거라지만, 나조차 여기에 예외는 아니겠다 싶다. 아무튼 10월쯤에 결혼한다던데 막내인 MS누나 때문에 장녀인 MS누나가 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서도 남녀 사이란 모르는 거다. 성적인 스킨십 내지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당사자들만 아는 거다. 뭐든지 조심해야 하는 거고, 신중해야 하는 거다.



3.
"이 남자 어떻게 생각하니?"

나를 조용히 불러내 이렇게 얘기했다. SS누나의 친구 얘기다. 술 먹고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이 남자, 무리한 스킨십을 요구했다가 거절해 화를 내는 이 남자, 거절에 화가나 이별을 선언한 이 남자,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용서 비는 이 남자, 하지만 한두 번이 아닌 이 남자, 평소엔 너무나도 잘 한다던 이 남자.

음주와 폭력, 지나친 스킨십과 성관계 요구에 진저리 나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리운 이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다. 이 여자는 남자를 사귄 경험이 많지 않단다. 여러 정황을 들어보아하니, 남자는 음주시 내재된 감정을 과감히 표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서로 잘 보여야 하는 애인에게까지 그 모습을 보일 정도면, 조금 심각하다. 결혼해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그 버릇 어디 주겠는가. 술먹고 집어던지고, 폭력을 휘두르다, 아침에 잠에서 술에서 깨면 다시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이 내 눈 앞에 보인다.

물론 이 남자는 이 여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둘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렇다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만을 강요한다. 그 강요는 하나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자를 이용하고, 욕구불만이 생길 경우에는 술과 폭력으로 해결해 버린다. 마음은 알겠지만, 방법이 틀리다. 자신의 사랑의 방식을 통해 여자도 그렇게 생각하겠거니 하는 건 전혀 배려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나 사랑은 상호적이다.

세 편의 소설을 써 보았다.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내가 추측하고 생각한 것을 적은 부분도 일정부분 있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란 알 수 없다. 복잡하다.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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