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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44683.html
[한겨레] 2009-03-18
법원, 국민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최근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발표가 있었다. 사건배당과 관련해 자의적 배당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있었다거나, 신 대법관의 전화나 전자우편이 재판 진행 관여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조사의 성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발표를 통해 사법행정권 행사와 재판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즉, 사법행정이란 재판의 일반 원칙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환기 등을 말하는 것이고,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법관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판 개입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도 재판 개입 여부를 밝힐 중요한 기준이 될 부분이다.
대법관 개인의 사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조사다. 대법원의 공직자윤리위원회와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진상에 대한 더 철저한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사안은 사법권 독립 훼손이라는 중대한 헌법 침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처리 방식을 두고 여야가 정략적으로 다툴 문제도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이러한 법관 독립 침해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사건배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원 예규가 규정하고 있는 임의 배당의 방식을 없애고 전부 무작위 컴퓨터 배당을 하는 방법만 취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굳이 임의 배당 방식을 유지한다면 임의 배당을 한 이유를 서면으로 남기게 해서, 나중에 임의 배당이 문제가 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상급 법관의 재판 개입’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료화된 법관 조직하에서 승진이 강조되는 점을 고쳐야 한다. 법관의 승진 단계를 보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과정에서 최초로 발탁인사가 행해진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기수가 중요한 우리 법조 특유의 기수 문화하에서는 판사들이 용퇴를 강요당하며 법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 현행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정도의 법조 경력을 가진 판사들을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하면서 이 대등한 경력의 고등법원 판사들 중에서 돌아가며 순환보직으로 고등부장을 맡게 한다면 발탁인사도 없앨 수 있고, 법관들이 승진에 신경 쓰는 일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법관 인사 제도 개혁의 출발은 현행 고등부장 제도의 폐지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국의 2500명 가까운 판사들의 인사권과 보직권을 대법원장 일인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사권을 비롯한 많은 사법행정 권한을 대법원장에게서 고등법원장에게로 분산시켜 ‘사법의 지방 분권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예로, 판사들이 고등법원 권역별로 임명돼 평생 그 권역안에서 판사 생활을 하고 대법관을 뽑을 때는 지방법관이나 법원 외부 인사까지도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을 대법관으로 뽑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법조일원화로 나아가 변호사나 검사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이들 가운데서 판사를 임명하게 해야 한다. 법조일원화가 정착된 영국처럼 50대 초에 판사가 된다면 승진에 신경 쓸 판사는 없을 것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경륜 있는 판사에게서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법원은 철저한 진상규명 및 반성과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더 이상 ‘그들만의 법원’으로 남아서는 미래가 없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겨레] 2009-03-18
법원, 국민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최근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발표가 있었다. 사건배당과 관련해 자의적 배당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있었다거나, 신 대법관의 전화나 전자우편이 재판 진행 관여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조사의 성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발표를 통해 사법행정권 행사와 재판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즉, 사법행정이란 재판의 일반 원칙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환기 등을 말하는 것이고,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법관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판 개입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도 재판 개입 여부를 밝힐 중요한 기준이 될 부분이다.
대법관 개인의 사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조사다. 대법원의 공직자윤리위원회와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진상에 대한 더 철저한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사안은 사법권 독립 훼손이라는 중대한 헌법 침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처리 방식을 두고 여야가 정략적으로 다툴 문제도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이러한 법관 독립 침해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사건배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원 예규가 규정하고 있는 임의 배당의 방식을 없애고 전부 무작위 컴퓨터 배당을 하는 방법만 취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굳이 임의 배당 방식을 유지한다면 임의 배당을 한 이유를 서면으로 남기게 해서, 나중에 임의 배당이 문제가 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상급 법관의 재판 개입’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료화된 법관 조직하에서 승진이 강조되는 점을 고쳐야 한다. 법관의 승진 단계를 보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과정에서 최초로 발탁인사가 행해진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기수가 중요한 우리 법조 특유의 기수 문화하에서는 판사들이 용퇴를 강요당하며 법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 현행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정도의 법조 경력을 가진 판사들을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하면서 이 대등한 경력의 고등법원 판사들 중에서 돌아가며 순환보직으로 고등부장을 맡게 한다면 발탁인사도 없앨 수 있고, 법관들이 승진에 신경 쓰는 일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법관 인사 제도 개혁의 출발은 현행 고등부장 제도의 폐지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국의 2500명 가까운 판사들의 인사권과 보직권을 대법원장 일인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사권을 비롯한 많은 사법행정 권한을 대법원장에게서 고등법원장에게로 분산시켜 ‘사법의 지방 분권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예로, 판사들이 고등법원 권역별로 임명돼 평생 그 권역안에서 판사 생활을 하고 대법관을 뽑을 때는 지방법관이나 법원 외부 인사까지도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을 대법관으로 뽑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법조일원화로 나아가 변호사나 검사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이들 가운데서 판사를 임명하게 해야 한다. 법조일원화가 정착된 영국처럼 50대 초에 판사가 된다면 승진에 신경 쓸 판사는 없을 것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경륜 있는 판사에게서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법원은 철저한 진상규명 및 반성과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더 이상 ‘그들만의 법원’으로 남아서는 미래가 없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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