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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cation/Mass

나 이대 나온 남자야!?

열매파파 2008. 6. 20. 08:02
나 이대 나온 남자야!?

남자도 여대에 들어갈 수 있나?

"나 이대 나온 남자야" 영화 속에 이런 대화가 나오면 어떨까? 상당히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혹시 남자들도 여대에 입학할 수 있지 않을까? 범주는 다르지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도 인문사회과학부가 있고, 일리노이 공과대학교(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에도 경영학(Business Administration)과나 심리학(Psychology)과가 있어 이공계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에도 문이 열려 있는 것처럼 여대에도 남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진 않을까?

▲성신여대 캠퍼스의 모습이다.(출처:네이버 포토갤러리의 봄날(bomday866)님의 사진)
(링크 : http://photo.naver.com/view/2008011601481696398)

대답은 “노!”. 서울여대 입학관리처 이기용 담당자는 “학칙에서 입학자격 갖춘 자를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남자는 여대에 신, 편입학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광주여대 입학관리과 오영환 담당자도 “학칙으로 입학자격을 정하고 있다”고 했다.

동덕여대 입학관리실 담당자도 “규정 이전에 현재 우리 대학의 교육이념에도 잘 나타나 있다”며 여성에 대해서만 지원과 입학이 허용된다고 했다. 역시 여대는 여자들만 입학할 수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물론 입학이 아닌 타 대학과의 교류를 위한 교환학생이나 학점교류학생은 여대에 들어올 수 있다.

남녀 불평등 아니야?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남녀 평등, 남녀 불평등’도 결코 끝나지 않는 역사다. 이젠 남녀차별이니, 역차별이니 하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남성의 군가산점 문제, 여성의 임신 및 출산휴가 문제, 고용기회 불균등 문제, 직장 내 승진과 호봉문제 등은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다.

▲2008, 2009년도 여자대학교 신입학정원 현황이다. ©뉴스미션

하지만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 중에 하나다. 남녀 모두 동등한 교육기회가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여대를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2008년도 여대 신입학정원은 수시, 정시모집을 합산해 7개 대학 총 13,669명이며, 2009년도는 현재 입시계획으론 13,279명이 예상된다. 물론 입학정원만큼 입학한 것은 아니며, 이는 통계법 제30조에 의해 특정 대학의 입학인원을 제공받을 수 없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대학입학률은 1999년 57:43의 비율에서 2007년 54:46로 꾸준히 증가해 거의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특별한 기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느끼며, 일부에선 여대폐지운동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 초기대학의 형태는 사실상 남녀공학이 아니라 거의 남자들이 입학했다. 굳이 남대가 아니더라도 시대적 상황을 살펴볼 때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남성우월사회였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는 남성에게만 있었다.

이런 상황을 기독교 선교사들이 보고 여대를 세움으로써 여성교육 불모지에 새로운 터전을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인권의 신장, 교육기회의 균등, 여성인재 육성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이로써 기독교 학교로 건립된 학교는 이화여대, 서울여대 등이 있다.

▲왼쪽은 이화여대의 전신인 이화학당, 오른쪽은 이를 설립한 스크랜턴(Mary F. Scranton) 부인이다. 그는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와 아들과 함께 입국한 뒤, 1886년 5월 31일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을 설립했다. 1909년 사망하여 합정동 외국인묘지에 안장됐다.(출처: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뉴스미션

한국전쟁 이후 대학은 사실상 남녀공학의 모습을 갖춰 나가면서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줬다. 이로써 여성 입학인원은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식적으로 남녀공학으로 탈바꿈했다.

1979년 수도여자사범대학은 교명을 세종대학교로, 1996년 상명여자대학교는 상명대학교로, 1997년 부산여자대학교는 신라대학교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화, 서울, 동덕, 덕성, 광주, 성신, 숙명 등의 여자대학교와 배화, 한양, 수원, 부산, 경인, 숭의 등의 여자대학은 여전히 여성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여대, 남녀공학 될까?

여대는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설립자의 교육철학, 설립목적, 교육이념, 그리고 정관 및 규정을 가지고 교육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여성인권 신장, 교육기회 균등을 넘어 시대에 맞는 21세기 글로벌 여성리더 육성 등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여대의 남녀공학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여대 입학관리과 오영환 담당자는 “설립자의 순고한 교육철학인 나라발전을 위한 위대한 여성 사회지도자를 고등교육을 통해 많이 배출하고자 하는 정신”을 고수해야 하며, “남녀공학에 대한 계획은 진행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교육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덕여대 입학관리실 담당자도 “일부 여대의 남녀공학으로의 탈바꿈은 해당 대학의 창학이념과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며, 본교는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또한 서울여대 입학관리처 이기용 담당자는 개인 의견임을 밝히면서 “학내 상황뿐만 아니라 입학자원 감소, 여학생들의 여대 기피현상 등 외부요인과도 복잡한 문제로 단순히 남녀 교육평등으로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서 “극소수의 여대의 존재 때문에 자유롭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진 않는다”고 했다.

또한 “사립학교법에 의해 사립학교는 그 설립목적에 따라 자주성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으며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설립된 여대가 최초의 목적을 고수하고 있다고 해서 역차별로 볼 수는 없고, 오히려 남녀공학과는 다른 환경을 가진 대학으로서 대학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며 “남녀공학화는 현재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남녀 교육기회 역불균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개별 사립학교의 설립목적, 교육철학, 교육특성화 및 대학의 다양성, 재정상황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때문에 ‘여대’에서 단순히 ‘여’자만 빼는 행위로만 보긴 어렵지만 끊이지 않는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06월 14일(토) 작성
2008년 06월 20일(금) 게재
http://www.newsmission.com/news/2008/06/20/2812.234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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