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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TV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간광고란 말 그대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도중에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스포츠 중계시 현장에는 없는 가상광고도 삽입 가능하며, 드라마 내에서의 간접광고도 가능해진다.

이는 물론 방송사의 수익확대로 이어진다. 반면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도중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광고에 흐름이 끊겨 짜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와 관련 이미 학계, 시민단체 등은 중간광고 허용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며, 일반 시청자들의 반대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방송사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각 신문사들도 기사를 통해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중간광고 도입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설파하는 데 있어 민망스럽기까지 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다음은 SBS가 8시 뉴스를 통해 내보낸 중간광고 관련 뉴스의 일부를 그대로 발췌한 내용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민영방송 TF1의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의 열기를 식히며 진행자가 중간광고를 안내합니다.
"아 잠깐만요, 잠시 뒤에 다시 봅시다"
그리고는 다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으로 이어집니다. 프랑스 뿐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이 중요시되는유럽 국가들 대부분에서 중간광고는 이미 일반화돼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시간당 두 세번 광고를 할 수 있으며, 30분 미만의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습니다.일본의 경우 뉴스에 대해서도 중간광고가 허용되고 있는데, 미국과 함께 대표적으로 중간광고를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방송을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 역시 중간광고가 일반화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류 프로그램의 경우, 현지 방송사들이 임의로 프로그램을 끊으면서 드라마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중략)

세계 각국과FT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광고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 SBS 8시 뉴스 (2007년 11월 5일)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으로 광고 산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질 높은 광고제작이 가능해져서 광고산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6월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세계 방송광고제 시상식입니다.우리나라는광고 금액으로 세계 8위의 광고 대국이지만,세계 광고제에서 단 한차례밖에 수상 하지 못했습니다.방송 광고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다양하고 질 높은 광고 제작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이 때문에 광고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가 도입됨으로써 획일적인 제작방식과 광고기법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략)

앞으로는 중간광고가 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SBS 8시 뉴스 (2007년 11월 7일)


이 두 가지 보도내용을 다시 간추려보자. 먼저 5일자 뉴스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유럽,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중간광고는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중간광고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또한 7일자 뉴스는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아 광고의 질이 낮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광고의 질도 높아지고 프로그램 제작방식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두 개의 뉴스 모두 잘못된 인과관계로 결론을 맺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특히 5일자 뉴스의 경우는 ‘외국도 다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해야 된다’는 사대주의적 발상 이상의 어떠한 설득논리도 없다. 빈약한 당위성을 채우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들먹이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시청자는 중간광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짜증나서 보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광고를 피할 길이 없을 뿐이다.아울러 중간광고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공영방송의 경우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물론 SBS는 민영 지상파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것으로부터는 좀 자유로울 수 있다.

7일자 뉴스에서 언급한 광고의 질 문제는 실소를 머금다 못해 뉴스의 질 자체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느낀 억지성의 중간광고 미화다.뉴스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중간광고를 하지 못해서 질 나쁜 광고들만 양산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광고를 내보내면 질이 나빠지고, 프로그램 중간에 내보내면 질이 높아진다는 것일까? 도대체 그 논리의 기반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용감한 멘트들을 내보냈는지 이 뉴스를 제작·편집한 당사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프로그램 제작방식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당연하다. 중간 중간 광고를 유효적절하게 집어넣기 위해서 프로그램 편집 방식을 다시 연구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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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청자들은 영화 [트루먼쇼]에서 꼬집은 광대놀음식의 간접광고를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 속에서 ‘트루먼쇼’라는 리얼 드라마가 촬영되는 도중 몇 차례의 간접광고를 억지로 끼워 넣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트루먼과의 부부싸움 도중에 갑자기 주방에 있는 식료품 포장지를 들고 미소 짓는 아내, 트루먼을 위로하기 위해 늘 캔맥주를 들고 와서 ‘역시 맥주는 OO가 최고야’라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친구 등.

중간광고는 이렇듯 시청자에게는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해악이다. 극단적인 예로, 월드컵 축구경기를 시청하던 도중 우리는 중간광고를 보느라 박지성이 발리슛을 넣는 장면을 놓쳐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봐야 할지도 모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절실할지 모르나 시청자는 분명히 거부감을 보일 것이다.

수혜자의 입장에서 중간광고 옹호론을 펼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이처럼 앞뒤도 맞지 않는 내용들을 짜맞춰 메인뉴스에 내보내는걸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것도 가장 논리가 정연해야 할 뉴스 제작자들이 이토록 엉성한 설득논리를 보이고 있으니 그들의 자질마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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